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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와 함께 보는 『번역과 일본의 근대(Translation and Japan's Modernity)』 요약 - 마루야마 마사오(Masao Maruyama)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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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와 함께 보는 『번역과 일본의 근대(Translation and Japan's Modernity)』 요약 - 마루야마 마사오(Masao Maruyama)
HiEarth_HH 2025. 5. 26. 12:02아래 글은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가토 슈이치(加藤周一)의 대담집 《翻訳と日本の近代(번역과 일본의 근대)》**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책은 *“근대 일본은 서구 지식의 ‘번역 = 재맥락화’로 태어났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번역 문화(翻訳文化)**가 정치·사상·과학·일상어까지 사회 전 부문을 변환한 과정을 추적합니다. 두 저자는 번역을 “지식을 옮기는 행위”가 아니라 “언어·권력·정체성을 재편하는 혁명적 기술”로 정의하며, 메이지기(1868–1912)의 어휘 창조와 담론 형성을 통해 오늘 한국·일본 사회가 직면한 ‘탈(脫)근대 이후의 번역 과제’를 숙고하자고 제안합니다.
1. 저자와 책의 탄생 배경
- 마루야마 마사오 :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정치사상가로, 일본 근대성의 내재적 모순을 분석한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1956)으로 명성을 얻었다.위키백과
- 가토 슈이치 : 문학비평가·의사·에세이스트. 일본어·세계문학의 경계를 넘나든 ‘다언어 지식인’으로, 번역 현장을 체험한 동시대 관찰자다.Taylor & Francis
- 두 사람은 1970년대 초반 도쿄대 “번역어 연구회” 공동 세미나를 정리해 1983년 이와나미 신쇼로 출간했다.新版(1998)은 ‘신적판(新赤版) 580’으로 재발행되며 대학 교재·교양서로 자리 잡았다.Amazon
1.1 문제 제기
- “일본은 언제 스스로 말하기 시작했는가.”—마루야마는 한자어-서구어-일본어라는 삼중 번역 사슬이 사상적 자율성을 지연시켰다고 본다.JSTOR
- 가토는 “번역은 지체가 아니라 가속이었다”고 반박하며, 양자는 ‘수용-탈문맥화-재맥락화’의 변증법을 탐구한다.Taylor & Francis
2. 핵심 개념: 번역문화(翻訳文化) 와 일본 근대
개념 | 정의 | 대표 사례 |
번역문화 | 외래 개념을 음차·의역·조어로 체계적 도입해 사회 구조까지 재조직하는 문화적 총체 | ‘society→社會’, ‘liberty→自由’, ‘economy→経済’Studies on Asia |
이식 번역 (移植翻訳) |
개념만 들여오고 맥락은 삭제 → 의미 공백 발생 | “국가(国家)”가 홉스의 state를 배경 없이 권력 기구 뜻으로 고착leo.aichi-u.ac.jp |
이중어휘 (二重語彙) |
전통·서구어가 병존하며 다층 의미망 형성 | ‘治世(치세)’ vs ‘politics(ポリティクス)’J-STAGE |
3. 메이지기의 번역 메커니즘
3.1 번역 네트워크와 선택의 정치성
- 메이로쿠샤(明六社) 지식인은 정부·학계를 연결하는 번역 카르텔을 형성, 서구 정치학·생물학·법학을 우선 번역해 ‘국가 건설 어휘’를 급속 확산시켰다.Studies on Asia
- 번역서는 검열·관비(官費)로 지원돼 “번역 = 개화” 이미지가 공식 담론이 됐다.ResearchGate
3.2 번역어 창조와 의미 이동
- 니시 아마네·후쿠자와 유키치 등은 어원 비틀기 전략(漢字 재조합)으로 ‘권리·철학·객관’ 같은 신어를 만들었지만, 서구 원어의 배경 전제는 축약되었다.J-STAGE
- 마루야마는 이를 “개념의 평면화”라 호명하며, 번역이 일본어 사고 체계의 **추상성(abstractness)**을 고양한 동시에 현실 정치와 분리시키는 이중 효과를 지적한다.ksu.repo.nii.ac.jp
4. 번역이 빚어낸 사상 지형
4.1 국민국가 담론
- ‘nation’이 ‘국가’로, ‘people’이 ‘国民(국민)’으로 정착하면서 국가–국민 결합 모델이 자연화되었고, 이는 메이지 헌법(1889)의 ‘천황-국민 일체’ 논리를 정당화했다.Glim-re
- 마루야마는 이 과정을 “외래 개념이 전통 권위와 결탁한 사례”로 비판했다.ScholarSpace
4.2 과학·자연관 재편
- 다윈 ‘evolution’이 ‘進化(진화)’로 옮겨지면서 “생물 변화 → 사회 진보”로 의미가 확장·물신화돼 사회다윈주의 논리가 군국주의를 고양했다.벳푸대학교 리포지토리
- 동시에 번역 덕에 통계·화학·의학 용어가 대량 보급돼 근대 과학 교육의 토대가 마련되었다.Studies on Asia
4.3 자유·민권 담론
- ‘liberty’는 ‘自由’로, ‘civil rights’는 ‘民権’으로 번역돼 자유민권 운동(1870s~80s) 구호가 되었지만, 에밀 게리오 정치철학의 ‘negative liberty’ 맥락은 결락돼 ‘권리=청원·참정’에 좁혀졌다.말레이시아 과학 저널
5. 번역과 전통: 탈맥락화의 역설
- 마루야마는 서구 개념을 *“일본적 보수주의의 언어”*로 교묘히 변용한 현상을 ‘중층적 전통(basso ostinato)’라 불렀다.JSTOR
- 예) Confucian 礼治는 ‘법치’와 혼용돼 유교·계몽·국가주의를 묘하게 뒤얽히게 했다.Glim-re
- 결과적으로 “서구=보편 / 일본=특수” 구도가 내면화되어 근대 지식인이 자기중심적 동아시아 서열을 재생산했다는 것이 두 저자의 공통 문제의식이다.leo.aichi-u.ac.jp
6. 서양(영어권) 학계의 수용과 비판
논자 | 요지 | 의미 |
A. E. 바르셔이 | 마루야마의 ‘언어·권력 분석’은 “포스트식민 담론 이전에 등장한 번역 정치학” | 서구 번역학의 선구적 사례로 평가JSTOR |
Felix Rösch | ‘basso ostinato’ 개념을 국제정치학에 도입, 안보 담론의 ‘무의식 층’ 분석 | 번역어가 글로벌 정치 담론에도 흔적 남김위키백과 |
André Haag | “메이지 번역은 식민주의적 욕망과 해방적 잠재력을 동시에 품었다”고 재해석 | 번역을 ‘이중 방향성’ 장치로 보는 재맥락화Taylor & Francis |
7. 현대적 함의
- 다언어/다문화 사회: 글로벌 플랫폼 번역은 다시 ‘기계 번역 = 의미 단순화’ 위험을 낳고 있어, 마루야마식 맥락 강조가 교훈이 된다.Érudit
- 동아시아 협력: 한국·대만도 메이지 모델을 참조해 신어를 수입했으나, 현지 맥락에 맞춰 재번역·탈중심화 작업이 필요하다.ResearchGate
- 지식 불평등: 영어 원전 우위 구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번역을 통해 **“주체적 지식 생산”**을 이루자는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Taylor & Francis
8. 비판과 한계
- 과도한 번역 결정론 : 일부 학자들은 “식민·전쟁 책임을 번역에 전가한다”고 지적한다.말레이시아 과학 저널
- 중국·조선 사례 배제 : 동아시아 동시기 번역 네트워크 비교가 부족해 ‘일본 특수론’에 머문다.ResearchGate
- 젠더/계급 시각 결여 : 번역어 수용 과정에서 여성·하층민의 언어 경험은 서술되지 않았다.Glim-re
9. 결론
《번역과 일본의 근대》는 번역을 통해 지식·권력·정체성이 동시에 이동하는 다층 프로세스를 해부합니다. 메이지기의 번역어 창조는 일본 근대화를 촉진했으나, 맥락의 상실·전통과의 결탁이라는 긴장을 내포했습니다. 마루야마-가토의 대화는 “번역은 끝난 사건이 아니라 현재형의 과제”라는 통찰로 마무리됩니다. 오늘 우리가 직면한 AI 번역·세계화의 딜레마 역시 ‘맥락을 복원하고 타자의 언어를 자기 언어로 재창조’하는 비판적 번역 능력 없이 해결될 수 없다는 메시지가, 40 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합니다.